직관일기

220613 스포츠는 직관이지! 수원FCW(수원FC위민) vs 화천 KSPO

Ah.kive 2022. 6. 20. 00:00

220613
수원FCW vs 화천 KSPO
14R
1:1
수원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요즘따라 예보가 많이 틀리는 데다가 경기 보러 가야 하는데 비가 온다? 이건 안될 말이지.
제우스랑 싸워서 아무튼 비 안 오게 하겠다 했는데 정말로 비가 안 왔다. 심지어 날씨 엄청 좋았음


하늘은 이랬고요.
우리 희선 선수 넘 반가워서 찍었다.
3번 권희선 진짜 침이 마를 때까지 내가 불러제끼는 중이다. 왜냐면 진짜 희선 공 잘 차요. 어느 신인이 그것도 올해 프로 데뷔한 신인이 이렇게 공을 차나요.


희선 선수만 반가울 쏘냐.
캔틴 문미라. 사진 찍길 잘했다. 오늘도 일 거하게 냈음. 사랑해!!!


경기 시작은 7시지만 6시에 도착해서 웜업 구경한다. 한 경기마다 한 명씩 얼굴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오늘은 사실 먹으러 갔다.


오늘의 직관 푸드는 이삭 토스트. 왼손 갓기 R은 맥주를 마신다. 언니는 술 끊었는데 울 갓기는.. 갓기래봐야 나랑 4살 차이지만 이 집단에서 R만큼 어린 사람이 없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딥치즈 베이컨인가? 누가 추천해줘서 먹어봤는데 햄치즈 토스트나 시킬 걸 그랬다. 이삭 초록 소스의 맛이 안 나서 속상했다. 내 햄치즈 돌려줘🤨


R은 언제 시간 내서 앤티앤스프레첼까지 들렀는지. 덕분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 거봐 경기는 그냥 배경이고 먹는게 더 중요하다니까요.
수원 주경기장은 테이블 있는 좌석도 편하게 앉을 수 있어서 간식 주워먹기 딱 좋다.


경기 시작 전에는 뙤약볕이 강하더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하늘이 예뻐서 찍었다.
WE ARE SUWON FC
벌써 멋있다. 잔뜩 수원뽕에 취해 버렸다. 딱히 뽕이 빠지길 기다리지 않는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전반이 흘렀다.
시작 6분? 10분도 안 되어 문미라 선수가 다쳐 잠깐 경기가 지연됐다. 언니 아프지 마요. 다치지마! 우리 주장 지켜. 풀타임 뛰긴 했지만 고통을 참고 뛰겠다는 선택을 한게 주장이란 이름에 달린 책임감이겠지 싶어 안타까웠다. 책임감 강한 사람이다 싶어 존경하고 싶은데, 존경할 만한 선택이 안타까운게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안타까워서 이상했다. 이것도 하나의 모순이라면 모순. 우리는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과연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나?


전반 끝날 때, 잠깐이나마 집에 그냥 가야 하나 고민했다. 웃으려고 경기 보러 온 건데 이렇게 날 고민에 빠지게 하면 어떡합니까.. 앉아서 참고 기다린 보상은요?
후반전에 찾아온다.


문미라의 골! 후반 시작하고 얼마 안 돼 터진 화천의 골을 무승부로 만든 문미라.
문미라가 스로우 한 공 김윤지와 패스 주고 받은 후 넣은 골이다.
화천은 패스를 기가 막히게 잘 뺏어 플레이하는데다 굉장히 압박하며 경기에 임했다. 박스 근처에 갈 기회가 적었는데 그 기회를 놓쳐 몇 차레 아쉬웠는데, 그렇게 생각했던게 다 무용지물이다. 아니 이건 문미라야.
심적 부담이 컸을 텐데 골로 보답해줘서 너무 고맙고 1득점이라도 화천과 나눠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끝까지 풀타임 뛰어준 우리 캡틴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목요일날 만났으면 좋겠다. 일기가 언제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아직 월요일!


1:1로 마무리했다. 여기에는 모든 선수들의 공이 있지만 나는 조의정 키퍼에게 공치사를 돌리고 싶다. 내게 그럴 권한이 있다면.
특히나 전반 화천의 잦은 공격 압박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세이브를 해준 덕에 실점이 적었다. 조의정 당신은 미쳤습니다. 우리 팀 키퍼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진짜 사랑합니다.


응원하러 139명이 왔다. 체감상 응원이 아주 잘 됐던 날이다. 북과 꽹과리. 잊을 수 없어.. 아니 왜 하필 당신인 건데...
경기 마치고 인사하는 수원 FCW. 이렇게 짜릿한 무승부는 처음이라 너무 감사했다. 즐거운 경기를 보여준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 잔뜩 쳐줬다.


퇴근길 날씨는 좋았다. 비가 온다더니 한 방울도 안 내렸다. 구름도 예뻤고 그냥 완벽했다.


지난 번에 문미라 선수에게 이름 빠진 싸인을 받아 새로 채워 넣었다. ❤️💙 조합은 수원 조합이다. 오늘따라 문미라 선수를 찾는 팬이 많았다. 멋있는 사람 알아채는 건 누구나 같으니까!

경기장에 자주 와달라는 말이 왜 이렇게 한스럽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제가 소문 잘 내고 다녔어요 여자 축구! 집 앞에 이런 재밌는 이벤트가 있는지 몰랐던 날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의 권희선 선수. 3번 권희선. 진짜 안 밟은 잔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라인의 끝과 끝은 누비는 신인인데 풀타임 다 뛰는 주전. 싸인 받겠다고 디엠 갈겨놓고 안 갈 수는 없으니까 진짜 갔다.
R이 내게 빨리 오라고 하자마자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진짜 권희선이라니.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세요? 부터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말을 했다. 희선 선수 제가 진짜 얼마나 응원하는지 아세요? 언젠간 희선 선수에게 편지를 쓴다면 이 내용을 써야지. 실수를 할 기회를 만든 것도 본인의 역량이고 난 당신의 역량에 반했다고. 그러니 조금 더 자신을 가져도 된다고.
내가 비록 스포츠는 아는게 하나도 없지만 신입으로서 나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느껴봤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전해주고 싶다.

R이 권희선 선수에게 내가 인천 응원 갈 수 있게 독촉해달라고 요청했다. 난감한 듯 보였으나 인천 와달라는 말에 또 냉큼 수락했다. 수습하기 위해 간다고 말하지만 실은 갈 명분이 필요했다. 내 마음으로는 부족한 명분을 선수와의 약속이라는 대의(?)로 포장하면 훨씬 그럴듯해 보인다. 인생은 그림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권희선 선수 진짜 인천 오라고 연락해줌. 정말 이 천사들을 어쩜 좋으니.
아무튼 R 덕분이다. 다


24번 골키퍼 강혜림. 1번 골키퍼 조의정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해 코트 위에 나오는 시간은 많지 않다. 차차 시간 늘려갈 강혜림 선수를 응원한다.

대학 시절 했던 인터뷰에서 "막는 것만큼 기다리는 것도 내 역할"이란 말을 했던데 아마 지금이 기다리는 시기인 것 같다. 조바심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차분히 기다리다 공을 잡아채는 것만큼 멋지게 기회를 낚아채는 키퍼가 됐음 좋겠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이 선수 너무 귀여운데 큰일이다. 들고 튈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