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주간일기

9월 5주차 : 받은 선물에 감사를 표현하는 법

Ah.kive 2022. 9. 30. 22:16

9/26 : 강남~신논현역 투어(카페 온화, 파파야리프, 어퍼앤언더)

tea in the cup

오후 반차를 위해 출근한 사람.
S가 준 차로 시작하는 하루. 떫은 녹차맛이 강했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좋아하고 녹차 프라푸치노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녹차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퉤.

빡센 오전 업무를 하고 퇴근했다.

cafe onhwa around shinnonhyun station
신논현역 카페 온화

신논현역도 카페가 참 많이 생기고 많이 사라진다. 옛날에 친구들이랑 같이 가던 맛있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었는데 사라진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대학 교양 수업에서 만나 이렇게 질기게 연락할 줄 몰랐다. 잠깐 해외살이를 하고 있는 T가 입국하는 시점에 맞춰 만난다. 일년에 한 번 정도? "그러니까 그 때 영국에 왔었어야지"라는 이야기는 오늘도 했다.
코로나가 막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시점 내 손에는 영국행 티켓이 있었다. 출국 당일 아침까지도 고민하다가 그냥 노쇼로 날리고야 만 티켓. 그 때 영국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iced americano at cafe onhwa

커피맛은 잘 모르겠다. 사실 강남에서 커피를 마시며 맛을 기대했던 적은 없다. 그냥 엉덩이 붙일 공간이 필요해서 우린 돈을 낸다. 돈 없이는 마음 편하게 앉을 공간이 없는 강남이 난 참 삭막하게 느껴져서 싫다.

thai cuisine, papaya leaf around the shinnonhyun station
강남역 파파야리프

꼭! 제발! 욕심 부리지 말고 1인 1메뉴(이것도 많음)만 시키세요.
그래도 맛있었다! 나는 팟타이를 좋아해서 오늘도 팟타이를 시켰고 T는 밥 뭘 시켰다. 밥도 맛있었고 튀김도 바삭하니 맛있었다. 춘권도 좋아!

바삭해 보이는 튀김

샐러드는 안 먹는다. 가끔 먹긴 하는데 오늘은 별로 끌리지 않았다.

파파야리프 사진 되게 대충 찍었는데 조명이 따뜻해서 그런지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든다! 밑에 다른 카페랑 비교하면 진짜 확 티 난다.
이렇게 노란기가 확확 도는 사진들이 나한테는 매력적인데 사람마다 다르겠지?

terrace cafe, upper and under aroung shinnonhyun station
신논현역 카페 어퍼 앤 언더

어퍼앤언더라는 이름에 걸맞게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똑 잘라서 1층과 2층이라기보다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월요일 날씨 좋은 오후에 햇살을 쬐고 있으니까 너무 졸렸다. 괜히 디카페인으로 시켰어.
투명 돔으로 씌워놓지는 않았지만 디저트들이 제법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 들르게 되면 꼭 먹어봐야지. 휘낭시에는 진짜 한입 거리인데 가격이 너무 양아치다. 카페들도 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생각해 보지만, 이 가격에 파는게 정말 맞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커피 마시고 퇴근 시간 맞춰서 헤어졌다. 사진에는 없지만 집에 오는 길에 드럼 학원에 들렀다. 집 오는 버스에서 무작정 네이버 지도앱에 '드럼 학원'을 검색해서 찾은 곳이다. 퇴근하고 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위치였다. 근데 무엇보다 사장님의 상담 태도가 너~무 별로였다. 은근히 반말하는 것부터가 이미 이 학원에 등록할 의지가 없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기타나 드럼을 많이 배우러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한테도 반말을 하셨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난 분명 직장인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당연히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어야 했다. 에라이 개저씨야.

ticket to busan station from suwon station

계속 떨었다. 이번 주 주말에 부산에 가야 하는데 기차는 쭉 매진이고, 틈틈이 들어갈 때마다 취소표도 없어서. 다행히 예약 걸어둔 무궁화호가 자리가 나서 부리나케 결제했다. 부산까지 예약해뒀지만 실은 구포에서 내리는 사람. 멍청하게 돈을 좀 더 썼지만 이 정도야 괜찮다.
몇 년 전 부산에서 수원 올라오는 길에 무궁화를 탔다가 말 그대로 엉덩이에 알이 배기는 아주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 그 때 분명히 돈 벌어서 무궁화 타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무궁화 타고 내려 갔다 새마을 타고 올라온다. 락페 티켓을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기차표를 먼저 샀어야 했다. 이번에 깨달았으니 다음에는 미리 .. 행동해야지.
다음 주 세종 가는 기차표를 빨리 알아봐야겠다. 하.. 느낌이 쎄한게 또 예약대기를 걸어야 할 것 같은데..

9/27 : 출근하는 날은 술 마시는 날(신사역 막이오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 덕에 아침 8시에 출근할 수 있다. 일찍 일하고 일찍 퇴근하자가 내 신조다. 자리를 옮겨서 이렇게 사람이 없는데, 일단 오전에 우리 팀을 비롯해서 내 주변에 출근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10시쯤 우리 팀원들이 출근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거라 너무 반가웠는데 아직 낯 가리는 중이다. 재택하면 다른 건 다 좋은데 팀원들과도 어색한 사이라는게 신경 쓰인다. 언제쯤 조금 편해질 수 있을까?

나의 비타민 동기 L. 그러나 비타민을 챙겨준다는 건 오늘도 술을 마실 거란 예고장에 불과합니다. 지난 해 역삼역에서 일할 때 종종 가던 마마스의 다회용 플라스틱컵에 항상 아메리카노를 타 마신다. 재택하면 집에서 커피 한 잔도 안 마시는데, 출근하면 최소 석 잔부터 시작한다. 아무래도 출근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아.

emoi around the shinsa station
신사역 에머이, 10900원

쌀국수 너무 좋아! 확실히 밥보다 면이 좋다. 탄수화물은 어떻게 해도 맛있긴 하지만 꼭꼭 씹어먹기 귀찮아서 면을 선호한다. 저작활동을 귀찮아 하는 것치곤 매우 잘 챙겨 먹는 나...

출근해서 한 일.. 휴게실에서 술 마시기^^ 또 다른 동기 J님과는 다른 팀이라 이런저런 할 얘기가 많았다. 비슷한 처지에서 하는 고민들도 있었고 서로가 서로한테 업무 관련 질문하는 것도 새로웠다. 원래는 퇴근하고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후.. 근데 나의 사수에게 술 마시는 장면을 포착 당했다. 마셔도 되긴 하는데 상황 자체가 너무 뻘줌했다. 두 번째 맥주는 꼭 퇴근하고 마셔요..

날씨 좋은 신사역 어디

이 얘길 안 했네. 점심 먹고 학동공원 산책도 했다. 인근 직장인들도 많이 와서 노가리를 까더라. 걷다가 다른 회사 사람들이랑 안면 트고 인사하는 그런 드라마에서 볼 법한 직장인 로망 하나가 또 생겼다. 그냥! 재밌잖아!

신사역 막이오름

점심 먹으러 에머이에 가는 길에 '막걸리바' 라고 적힌 2층 건물의 창문을 봤다. 마음에 드는데? 다음에 와야지!라고 생각했던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백종원이 낸 막걸리 프랜차이즈였다. 막걸리바도 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전이 개맛있다 여기. 다음에 필수로 꼭 와야해.

오징어 파전이 진짜 기가 막히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진짜 다음에 또 가야해. 크기는 음 손바닥 두개 만한가? 크진 않다. 막걸리가 곡주라 배 차니까 상관 없음...^^

그렇게 두 번째 전은 페퍼로니김치전인가? 피자맛이 나는 전을 시켰다. 동기 L은 이게 더 맛있었다고! 흠 그렇단 말이죠...? 이거 먹고 파인애플 샤베트까지 먹고.. 어어... 막걸리 세 병 마시고 코인노래방 두 시간 땡기고 집 옴.
네 모르겠어요 너무 힘드네요.

9/27 : 선물 인증하는 법

흐릿한 방사진을 공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선물로 받은 노트북 거치대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액토의 노트북 거치대. 휴대용 거치대는 금방 고장난다고 친구 S가 튼튼한 걸로 선물해줬다. 2kg짜리의 거치대.. 집에 딱 두고 쓰기좋은 것 같다. 아래쪽 빈 공간에 키보드를 넣으면 그래도 나름 수납이 된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거리가 너무 멀어서 도수가 높은 안경으로 바꿔 끼고 일한다.. 평소에 가까이 보고 있으니 시력이 계속 떨어졌던 거겠지..? 아.. 그리고 3d로 공간을 차지하는게 좀 신하다.

모래시계 선물

이런 귀여운 모래시계도 선물 받아서 책상 옆에 뒀다. 일하다 빡칠 때마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뒤집어주고 있다. 방에 딱 사용하고 있는, 쓸모 있는 물건만 둔다고 해서 책상이 깨끗해지지는 않더라....? 관상용이기만 한 것들을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궁금했었다. '쓸모'가 가장 큰 효용인 나에게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구매였으니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너 그거 왜 사?' 말할 만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냥 나는 안 사긴 하는데 너는 사는 구나 정도..? 그게 그건가? 선물로 받아보니 이해가 됐다. 친구 Y는 내 성향을 잘 모르고 준 선물이었겠지만, 덕분에 취향을 넓히는 거지.
상대방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어떤 선물을 해야 부담 가지지 않아도 줘도 될 것 같다. 취향이 아니더라도 취향이 될 수도 있으니 하나쯤은 둬도 좋을 것 같다.

선물 받았으니 앙큼하게 밥 차려 먹었다. 짜파게티에 반숙 계란후라이. 바싹 구운 대패삼겹살까지! 탄수화물과 단백질밖에 없는 식사지만 아무렴 맛만 있으면 됐지.

아침에 우아하게 차도 마셨다. M이 선물한 컵에 S가 선물한 티. 몇 번 선물을 줘보니 받은 선물을 열심히 써주는게 좋더라. 그래서 당분간은 선물 속에 파묻혀 살기로 했다. 마음에 감사함 표현하는게 이 방법 말고 또 없더라고, 더 좋은 방법을 아신다면 알려주세요.

일할 때는 이렇게 우측에 두고 차도 마시고 빡칠 때마다 힐링하고 있다. 후... 너무 예쁘단 말이지? 내 친구들은 센스도 좋아. 어쩌면 내가 이렇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딱 선물해줄까?

 

9/29 : 자바라의 삶, 넷플릭스 하트스토퍼

netflix drama herat stopper

흠.. 친구 J인데 J라는 단어를 내가 썼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J의 선물은 자바라. 미쳤다. 이걸 선물 받은 이후로 일어난 적이 없다. 물론 오바한 거고, 지금도 앉아서 글을 쓰고 있긴 하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정말 누워서 하루종일 있을 수 있어. 각도도 너무 편하다. 고개만 쏙 돌려서 눈 앞에서 TV를 보고, 한 손으로는 카톡할 수 있다. 노트북을 눕혀서 드라마를 보는 노간지 인생에서 벗어났다. 얼른 일기 쓰고 씻고 또 누워서 넷플릭스 봐야지. 처음 아이패드 샀을 때만큼 열심히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하트스토퍼를 열심히 추천해주길래 틀었다. 하이틴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니까, 그럼에도 보지 않았던 건 하이틴 동성애 드라마 중에 마음에 드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트스토퍼에 대한 기대도 전혀 없는 상태로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닉 옷차림이 너무 탐났다. heartstopper nick outfits 이런 것만 열심히 찾아보고 있었다. 이성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 대한 10대 청소년의 고민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슬쩍 추천해줘도 좋겠다. 

9/30 : 수원 드럼학원 후기와 수원FC 창녕 경기를 보러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재택하면 좋은 점. 아이스크림을 마음대로 사먹으러 갈 수 있다! 

suwon drum class

내 두 번째 취미 헌팅은 드럼이었다. 사실 이전에 다른 드럼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었는데 별로여서 다른 취미를 찾을까 싶었다. 이 학원은 집 근처 10분 거리에 있길래 상담이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갔다. 아직 돈을 내진 않았지만 아마 다음 주부터 드럼을 배우지 않을까.
자세한 후기는 한 달 정도 다닌 후에 적어봐야지. 연습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이전 학원은 초보일 때 혼자서 하는 연습은 독이될 수 있다고 권장하지 않았다. 정확한 자세를 익히는게 중요해서 이해는 갔지만 수강생에게 대놓고 연습하지 말라고 말하는 학원은 처음이었다. 그럴거면 첫 달은 레슨비만 받든지. 이 학원은 그냥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해도 된다고 하는게 좋았다. 다음 주에 연락해서 등록해야지.

제 목표곡은... are you mine인데요....^^ 일단 그냥 냅다 치는 연습해 보겠습니다.

10월 3일에 수원과 창녕 경기가 있다. 원정버스를 운영해? 올해 5월부터 경기를 보면서 원정버스를 운영하는건 처음이다. 항상 남자축구만 버스를 대절해줬었는데, 이번엔 여자축구도 해준다? 가야지. 일단 구글 설문지를 제출했다. 부산에서 창녕까지는 어떻게 가면 될지 고민도 안하고, 기회가 있으면 가야지! 일단 신청부터 했다. 하고 나니까 현타가 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축구 보러 이렇게까지 한다고? 가는 방식이 그렇게 우아하지도 않다. 부산에서 창녕까지 버스를 타고, 창녕에서 부곡까지 언제 올지 모르는 시외버스를 또 타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갈게 뻔한데 이걸 가야 하나 싶었다. 가면 누구보다 경기는 재밌게 보고 오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거다. 난 사실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 아닌가...? 스스로는 축구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느끼진 않는다. 다른 즐거운 취미나 사람을 찾으면 덜 보러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늘 표현한다. "그렇게"가 도대체 얼만큼인 건지, 언제쯤 내 마음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질까?

창녕에 가는지 아닌지는 다음 일기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