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기는 기워서 쓴 일기입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을 고치거나 보태다. 비유적인 말임"
깁다의 뜻을 구글은 이렇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기존에 쓴 일기를 엮고 부족한 날은 기워서 썼습니다.
누더기같은 생각도 함께 슬쩍 엮었으니... 지난 번 일기와 비슷한 것 같은데? 읽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러니까 읽어줘...
9월 19일 : 직장인 로망 퇴근 후 한강
그렇습니다. 몰몬교 같은 옷을 입은 전데요.
네 회사 화장실입니다.
퇴근하고 A와 함께 한강에 갔다. 아니지 각자 가서 만난 거니까 말을 고쳐야 한다. 한강에서 A를 만났다. 우연히 만난건 아니므로 또 말을 고친다. 약속한 대로 한강에서 A를 만났다. 제법 나아진 문장.
비서울시민이라 그런지 퇴근하고 한강에 간다는건 로맨틱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별건 없었다. 유치를 뽑고 학교에 처음 가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처럼 하기 전에는 거창해 보이는데 하고 나면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모든 경험들이 다 그렇겠지?
한강에 다녀온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퇴근 후 A와 한강에 돗자리 펴고 눕기로 했는데 슬슬 날이 추워지고 있다. 큰일이야.
9월 20일 : 직장인 로망, 대학 사람 만나기
누군가를 생각하며 꽃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이 날만큼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색의 꽃과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르는 색을 가진 꽃을 고르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졸업하고 취업해서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내심 궁금했다. 꾸준히 연락하던 친구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사람같은 느낌이어서 나를 과거로 데려다 줄 수 있도록 대뜸! 연락하는 사이어야 했다. M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었다.
4년만에 만난 M과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9월 21일 : 9월 21에는 들어야 할 노래가 있다
매일의 노래가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아니면 반대로 모든 날에 대한 노래가 있으면 특별한 날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성취를 성공이라고 여기지 않고 잦은 행복을 성공으로 느끼는 사람이 될 겁니다. 자기 전에 행복하고 뿌듯한게 있으면 성공한 하루 아닌가요? 오늘은 청소를 통해 뿌듯함을 느끼겠습니다.
9월 24일 : 수원 연기학원 상담과 엄마와 데이트
우선 연기학원 이야기부터 해야지. 수원에 연기학원이 몇 개 있겠지만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가격은 월 40. ...? 3개월에 110만원이었다..^^ 일대일도 아니고 그룹 수업인데요? 이 가격이면 운동을 일대일로 배우는게 낫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영어+드럼을 배워도 40이 안 넘을 것 같은데...
다른 것보다 '연기에 진심이니까 여기까지 오신 거 아닌가요? (그 정도 관심이면 40만원은 큰 돈은 아니잖아)' 뉘앙스의 말이 걸렸다. 그만큼 진심 아닌데요..?
학원 상담을 다니다보면 이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건지(돈 버는게 나쁜 건 아님) 아니면 그 분야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낮추려는지 대충 보인다. 기왕이면 후자를 더 좋아한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아무튼 생각해볼게요. 하고 나와서 엄마랑 카페 감. 엄마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라고 하는데 엄마 딸은 좀 더 격정적인 걸 원해요... 취미 헌팅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여기 진짜 또 와야지. 우선 친절하다! 의자도 편하고 좌석간 거리도 널찍하다. 아메리카노 맛은 기억 안 나지만 엄마가 마신 패션후르츠에이드는 맛있었다.
엄마한테 건강 생각 안하냐고 단거 적당히 먹으라고 말하는 나이가 됐다.
집에서 엄마랑 얘기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말하는게 훨씬 더 좋았다. 이것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얘긴데... 아이를 혼낼 때는 집 안이 아니라 집 밖에서 혼내는 어떤 양육방법이 있다. 집은 오롯이 편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외부에서 혼낸다고 했다. 집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살짝 식는 시간도 주고, 카페에 가는 길까지 나란히 걸으면서(얼굴 안 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엄마랑 대화하는 것도 비슷했다. 집에서는 보통 내가 잔소리쟁이라 A부터 Z까지 뇌절하는데 밖에서는 체면치레 하느라 못하니까...
나는 양육자에서 거리가 멀어! 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무의식 중에 나보다 약해진 엄마를 신경 쓰고 있었나보다. 세미-양육자가 되는 건가?
PPK 키친에 와봤다. 늦은 점심이면서 이른 저녁 시간에 오니 사람이 없었다. 난 빠네가 좋아! 많이는 못 먹지만 따뜻하고 촉촉한 빵이 좋아.
엄마도 좋아했다!
음.. 3가지 종류 피자인데 루꼴라 올라간 피자만 먹었다... 너무 배가 불렀어. 엄마만 맛있었음 됐지...
PPK 키친 테라스도 날씨 좋으면 앉을만 할 것 같다. 나는 추워서 실내에 있었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요즘이다.
빈병이랑 벽돌은 쉬운 아이템인데 막상 집에 두려고 하니 자리 차지하는게 꼴보기 싫어서 버리게 되는건 나만 그런가? 용도가 없는 친구들은 싸게싸게 버린다.
9월 25일 : C, S와 함께한 행궁동 피크닉과 글쓰기 모임
날씨 좋은 날 피크닉 매트에 누워서 책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물로 돗자리를 사달라고 했던 것! 날이 추워지고 있다. 부지런히 나가야지 생각했는데 아주 흐리다. 가을이 진하게 온 것 같다. 흐린 날씨와 낮은 기온, 습도가 어느 정도 있는 날씨가 되면 가을의 정점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 시간이라는 연속적 흐름을 똑 잘라서 이 때부터가 여름이고, 이때부터는 가을이야 나눌 수 없지만 아무튼 진짜 가을이다.
이 사람들과 또 언제 모일 수 있을까? 자꾸 나를 울리는 사람들. 모든 면에서 연약한건 아니고 고민 얘기를 하다 보니 드러나는 연약한 점들을 모른 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포스트잇 한 장만큼의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빅이슈 잡지를 사지 않고 그저 지나가기만 할 때처럼 죄책감이 든다. 찰나의 연민, 찰나의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인 내가 참 별로다. 행동하지 않고 지나가는 나의 같잖은 도덕심이란!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 특히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 훨씬 영향력 있고 즉각적인 깨달음을 준다. 양육자들은 그들의 피양육자 대상을 통해 세계를 넓혀가던데 나는 나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적 있나, 그렇게 돼야 할 텐데!
글쓰기 모임에서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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