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주간일기

220611 핸드볼에서 처음이라는 팬미팅, SK슈가글라이더즈 in 광명(1)

Ah.kive 2022. 6. 16. 16:56

시작은 그랬다.


시작은 그랬다. SK 슈글즈가 100명 정도 팬미팅을 한다는데 신청해볼까? 권한나 선수의 경기를 좋아하니까 신청 폼을 제출했다. 추첨을 통해 선택 받은 100명은 이 문자를 받았다. 나도 받았다!


햐 팬미팅 가기 좋은 날씨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양귀자 - 모순


완독까지 아마 몇 차례 더 들고 다닐 모순. 차고 넘치는 동전과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비어버린 마음이 상반되게 그려진다. 그러다가 부러워해야 할 건 전화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에 다다른다. 쏟아내고 싶은 말을 창구를 찾지 못해 뱃속으로 욱여 넣어 본 경험이 있다면 알 수 있을 말.


나는 안양역에서 2번 버스를 타는 루트를 선택했다. 2번 버스를 타려면 NC백화점/안양역사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한다. 안양역에서 회차 후 광명으로 가는 신묘한 길.
이 길이 맞나 싶어 기사님에게 광명 가는 것 맞지요? 하고 올라탔다. 예 광명 가요~


기형도 시인의 시는 한 편도 읽어보지 않았으면서도 괜히 아는 척 하고 싶어서 찍었다. 또 모른다. 언젠간 가게 될 수도?
지나치는 것 중에도 인연이 있더라.


광명시평생학습원에 도착하고 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현수막.
선수들이 쏘는 커피차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더운 여름에 아메리카노만한게 없다.
어떤 기준으로 인화됐는지 모를 선수 4명의 사진이 있다.

슈글즈 no. 24 권한나

분명 권한나를 보러 갔는데, 영 엉뚱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찼다.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던데 진짜인가보다.  
시작과 끝이 같은 일관성을 가지려면 얼마나 마음을 올곧게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인지과학이었더라면 나는, 스스로 인식하는 나와 행동하는 나 사이 불일치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덕질이 가져다주는 세로토닌일지, 도파민일지 하는 물질이 나를 해방시킨다.

슈글즈 no. 7 김수정
슈글즈 no. 15 최수민
슈글즈 no. 8 이한솔
고운 손

고운 손의 주인은 H. 팬미팅을 위해 멀리서 기차 타고 왔다. 고작 버스 타고 이동하는 나는 뭘 그리 불평했나 민망해진다.

샐러디미

게다가 일찍 와서 샐러드까지 시켰다. 의외로 양이 푸짐했음. 다음에 시킬 일이 있다면 2인 1 샐러드에 사이드를 왕창 추가해야겠다. 시간도 없는데 급하게 먹느라 조금 고생했다. 다른 것보다도 쓰레기를 마땅히 버릴 만한 곳이 없어서 정말 정말 난감했다. 주최측에서 여쭤보니 어쩔 수 없다며 100리터짜리 일반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도 같이 넣었다. 음식 남기는 거 정말 안 좋아하는데! ㅠㅠ 주최측에도 정말 죄송했다.

얼굴 아는 다른 사람들이 여기서 밥을 먹냐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벤치도 아니고 나무 심고 흙 무너지지 말라고 막아둔 석재에 앉아 먹었으니까요.. 실은 나야 간식을 먹어도 상관 없었지만 아침부터 올 H는 빈속일테니 같이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혼자 먹게 하긴 쓸쓸하니까!


맑은 하늘.. 개덥고요 저 햇빛 받아 빛나는 양각을 보십시오. 낮 기온 31도까지 올라간다더니 정말 여름같은 날씨였다. 청량하긴 한데 청량 두 번 했다간 누구 하나 쓰러지겠어.

2시 시작이고 1시 30분부터 자리 번호표 추첨이 있었다. 나는 운 좋게 F9를 뽑았다. F8이라든가 F10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자리도 너무너무 만족한다.


식순은 이랬다.
아니 식순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적정온도 28도 아래로 온도 설정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좁은 강당에 대략 150여 명의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요. 밀집도만 치면 거의 출근길 2호선 버금 가는데, 28도라뇨. 다른 모든 것들보다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1. 슈글즈 10주년 축하 영상 시청 및 퀴즈
2. 고참 선수들의 Q&A
3. 신인 선수들의 장기자랑 및 Q&A
4. 애장품 추천
5. 팬싸인회

 

내 자리는 F9


좌 최수민의 얼굴 작음과 우 권한나의 어깨 넓음은 자비 없음. 고작 뒷통수만 보이는데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딱 F열부터 단차가 있어 사진 찍기도 좋았고 눈으로 보기는 더 좋았다.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카메라를 하늘로 쳐들지 않는 이상까진..^^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

Q1. 수민, 한나, 소정) 길가다 마주치면 아는 척 해도 되는지?
A1. 수민) 사진도 찍어드리겠다.
수민 선수 워낙 말 없는 사람인데 사진 찍어준다는 말에 너무 감동했음. 그리고 팬들에 대한 감사가 오늘 식에서 가장 길게 말한 문장이었다. 분명 슈글즈 워크샵 라방에서는 말이 많았는데요. 그건 술 때문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술 마시고 워크샵 해줬으면 무릎 꿇고 감사 인사 전했다.
Q2. 한나) 학창시절에 땡땡이 쳐 본 적 있는지?
A2. 있음. 다른 선수들 연습할 때 집에 가본 적이 있다고... 이건 그냥 부러웠다. 어떤 회사원이 출근해서 슬쩍 집에 갈 수 있는데요ㅠ
Q3. 한솔) 경기 시작 전인가? 연습 전 루틴 있는지?
A3. 샤워하고 시작-가호를 듣는다고.. 한 번 어디서 불러주실 순 없나요? 묻고 싶었지만 참음. 한솔 선수 시원시원하게 웃고 안 빼서 너무 좋다.

얼결에 찍었는데 귀여워..

슈글즈 귀여움 담당 고참들. 둘다 입만 열어도 귀엽다. 수지 선수는 말하는게 너무 귀엽고 소정이는 목소리도 귀여워.


은영이 머리 날아다니는거 귀여워. 이 때만 해도 은영이한테 감길 줄 몰랐는데.


나이로 반 토막 잘라 어린 선수들은 3명씩 나눠서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은영 선수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준비했다고..
춤을 개떡같이 췄어도 너무 고마운 마음일 텐데 각이 맞는게.. 신기했다. 운동 선수들은 다른 쪽으로 몸 쓰는 데도 탁월한 건가?
그렇다면 내가 운동도 못하고 춤에도 소질이 없는게 조금 이해가… 가는 걸^ㅁ^


어느 타이밍에서 권한나씨가 제로투를 췄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근데 진짜 거의 오늘의 하이라이트 였음.
내 뒤에 앉아계시던 팬분께서 “저랑 춤 한 번 추실래요?” 라고 요청했고, 망설임없이 네! 대답하는건 너무 킹 받는다.
팬들은 헤이 마마 해주길 바랐지만, 파란 셔츠를 입은 분께서 대관절 제로투를 틀었고… 아무튼 권한나 선수는 제로투도 잘 춘다.
이렇게 안 빼는 사람들 너무 멋있고 좋잖아!

선수들 애장품도 다양했다.
자필 편지를 준비한 선수들도 있었고, 해바라기 꽃을 준비한 한솔 선수. 다음 슈글즈 경기 때 오시면 경기 끝나고 유니폼을 벗어주겠다고 약속한 권한나 선수. 유소정 선수는 진짜 자신의 애착 맨투맨을 가져와서 선물했다. 대개는 선수용 유니폼 그러나 미착용인(선수 여러분 혹시나 구글에서 검색하다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팬들은 미착용보다 착용을 선호합니다^^^^^) 슈글즈 유니폼을 많이들 선물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지만, 연은영 선수는 빈 자리 번호를 기가 막히게 뽑았다. 한두 번까지는 다들 하하호호했는데, 거의 10번째쯤 되니까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오른게 느껴졌다. 너무 귀여워…
추첨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도 손부채질 하는데 진짜 이보다 귀여울 순 없다.

아무튼.. 내 왼 자리는 하경 선수의 애장품, 오른쪽 자리는 수민 선수의 애장품을 받았다. 나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두 분 추첨되고 나서 내 번호가 불리길 같이 응원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다! 두 분 다.. 너무 부럽습니다…
너무 기니까 팬미팅은 따로 또 올리겠습니다…